*폭력소재, 근친소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Killing the angel in the house-->너는 글러먹은 아이-->갇힌 세라핌(연재순)

*너는 글러먹은 아이-->갇힌 세라핌-->Killing the angel in the house(시간순)








 "계시나요?"

 여자는 혹시나 해 손등으로 현관문을 똑똑 두드렸지만, 문 안에선 딱히 이렇다 할 사람의 인기척이 들리지 않았다. 역시나 들은대로구나-라고 생각한 여자는 옆구리에 매고 온 크로스백을 열어 그 안에서 금색의 작은 키를 꺼내 들었다. 오늘부터 이 고급맨션에서 가정부로 일하게 된 그녀는 자신의 고용인으로부터 이 키를 직접 건네받은 터였다. 정말 잘생긴 분이었지. 그녀는 자신의 고용인과의 첫만남을 떠올리며 얼굴을 붉히곤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건만 부끄러운 듯 몸을 베베 꼬았다. 

 그렇게 젊은 나이에 이런 고급맨션을, 그것도 별장의 개념으로 소유한 걸 보면 분명 돈도 엄청 많은 사람이겠지. 아, 나도 조금 더 노력해서 그 분의 마음에 들 수 있으면 좋으련만. 여자는 제 고용인과 사랑에 빠지는 달콤한 상상에 나래에 빠졌다가, 이내 자신이 일을 하러 여기 온 것임을 깨닫곤 제대로 정신 차리자며 제 양 볼을 두 손으로 짝짝- 소리가 날 정도로 내리쳤다. 자, 집중하자 유코! 일이 먼저다 일이! 

 여자는 다짐을 굳게 하곤 키를 열쇠구멍 안에 밀어넣었다. 그리곤 찰칵- 문 따지는 소리가 날 때까지 신중히 열쇠를 돌렸다. 쇠로 만들어진 물건이라 쉽게 부러질 리가 없던 터였지만, 도시에서의 일자리도 이런 고급맨션도 모든 게 다 처음인 여자는 매사에 긴장할 수 밖에 없었다. 문이 열렸다. 여자는 조심스레 문을 밀고 발끝으로 한 발 한 발 조심스레 안으로 내딛었다.

 넓은 맨션이었지만 어딘지 사람 사는 분위기는 잘 나지 않는 곳이었다. 여자는 찬찬히 맨션주인의 고급진 인테리어 취향을 살펴보며, 제 크로스백을 가죽쇼파 위에 가지런히 올려두곤 그 안에서 어제 삶아 빤 흰 앞치마를 꺼내 허리께에 둘러 메었다. 유니폼을 갖춰 입으니 어딘가 모르게 조금 자신감이 솟아난 그녀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부엌으로 향했다. 이제 곧 점심시간이구나. 그런데 키운다던 애완동물은 어디있지?

 여자는 점심과 저녁 하루 두 번, 애완동물의 밥을 챙겨주라던 제 고용인의 말을 떠올리며 고용인이 별장에 놓고 키운다는 애완동물을 찾기 위해 쇼파 밑이며 찬장 위를 뒤져봤건만 딱히 뭐가 보인다고나 하는 건 없었다. 그나저나 애완동물이라니, 대체 뭐지. 평범하게 개정도를 생각했던 그녀는 혹시 뱀이라면 어쩌지- 하고 순간 겁에 질려버렸다. 아 그냥 그 때 뭐냐고 물어볼걸 그랬나. 괜히 면접에서 역으로 질문했다가 버릇없다는 인상을 줄까봐 그냥 알겠다고 고개만 끄덕이긴 했었는데 혹시 진짜 뱀이라도 된다면.. 

 여자는 금방이라도 울어버릴 듯 울상을 지었다. 시골에서 나고자란 그녀는 웬만한 곤충이나 동물은 다 거리낌없이 만져댔지만 뱀에게 어릴 때 물려 거의 죽을 고비를 넘겨본 경험이 있었기에 뱀만은 무서웠기 때문이다. 물론 사람을 잡아먹는 큰 뱀 같은 걸 무턱대고 여자에게 맡길 정도로 고용인은 비상식인 것 처럼 보이진 않았지만, 그래도 이렇게 소리도 없고 조용한 거 보면 정말 뱀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여자는 질색했다. 요새 부잣집 자제들 사이에서 뱀이나 이구아나같은 희귀한 동물을 키우는 것이 유행이라던데...

 여자는 계속해서 뱀에 관한 생각들이 물밀듯 밀려오는 것을 겨우 쳐내곤, 아마 몹시 얌전한 고양이나 그런 종류일거라며 스스로를 달랬다. 그나저나 무슨 종류인 지 알아야 먹이를 만들던가 할텐데. 여자는 꽁꽁 숨어서 나오질 않는 애완동물을 찾기 위해 서고와 옷장, 그리고 화장실 등을 차례차례 열어보며 임의로 '나비야'하고 이름을 불렀다. 

 결국 마지막으로 남은, 가장 구석진 방 앞에 선 그녀는 여기도 없으면 고용인에게 전화라도 해봐야 겠다고 생각하며 문고리를 잡았다. 참 이상하게도, 순간 알 수 없는 싸늘함이 전신을 타고 흘렀다. 뭐지, 몸살이라도 걸리려는 건가. 여자는 으스스한 기분을 떨쳐내려고 일부러 더 씩씩한 척을 하며 잡고 있던 문고리를 세게 돌려 열었다. 까득까득, 무언가 소리가 나는 것을 보니 다행히 여기에 있구나-싶던 여자는 소리가 나는 방 가장 안 쪽으로 눈길을 주었다. 그리고 그 곳에 있던 것은,





[미도치아] 갇힌 세라핌 上
w. mesk





 미도리는 가정부에게서 걸려 온 전화를 끊곤 한숨을 내뱉었다. 가장 멍청해보여서 뽑아놨더니, 그냥 시키는 일이나 제대로 할 것이지 굳이 치아키에 관해 따박따박 물어오는 태도가 마음에 안들었다. 그냥 확 잘라버릴까. 미도리는 잠시 텀을 두곤 생각했다가, 또 새로운 가정부를 뽑기엔 시간도 들고 게다가 방금 막 여자에게 더이상 꼬치꼬치 캐묻는다면 해고해 버리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터였으니 그래도 한 번은 더 지켜보자 싶었다. 

 미도리는 세면대에서 손을 닦곤, 한껏 구겼던 얼굴을 다시 다림질하듯 폈다. 그리곤 다시 테이블로 돌아가갔다. 테이블에서 긴장한 표정으로 거울을 바라보고 있던 여자는 미도리를 발견하자마자 재빨리 거울을 제 등 뒤로 숨겼다. 미도리는 여자가 꽤 저를 마음에 들어하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어머니가 알면 기뻐하실 소식이겠네. 미도리는 속으로 뒤틀어진 웃음을 지으며, 겉으론 여자에게 상냥히 웃어보였다. 미도리도 이 여자가 딱히 마음에 안 드는 것은 아니었다. 사실 마음에 드는 것도 아니었지만, 그래도 평생을 부부로 살아가라고 한다면 뭐 그냥저냥 어떻게든 괜찮을 정도의 그런 여자였던 것이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는 어째선지 미도리에게 조금 더 집착하기 시작했는데, 미도리에게 배우자를 점지해주는 것도 그 집착하는 것들 중에 하나였다. 이 앞에 앉은 여자로 말할 것 같으면 그런 어머니가 고르고 골라서 미도리에게 소개한, 꽤 큰 기업의 외동딸이었다.

 솔직히 거의 결혼은 확정된 것이나 다름이 없어서, 미도리도 더 이상 귀찮게 다른 여자들을 소개받는 것 보단 그냥 이 여자와 결혼하는 것이 낫겠다고 판단했던지라 미도리는 다른 여자들을 대할 때보다 배로 상냥하게 지금 앞에 있는 여자를 대했다. 얼굴도 확실히 세간에 기준에서 보면 예쁜 편이겠고, 성격도 온실에서 자란 화초인 것을 티내듯 약간 맹해보이는 게 그다지 기준에 거슬릴 것은 없었다. 그나저나 이런 자신에게 걸려버린 이 여자가 불쌍하다며 미도리로서는 드물게 남을 동정했다. 미래에 어떤 일이 펼쳐질 지도 모르고 수줍다는 듯 웃는 여자를 약간의 연민을 담아 바라보며 말이다.

 

*


 "저, 여기다가 놓을까요?"

 

 여자는 몇번을 해도 적응 안된다는 듯 방구석에서 등을 보인 채 벌벌 떨고 있는 남자에게 말을 걸다가, 이내 나즈막히 한숨을 쉬었다. 한 눈에 봐도 보통 성인의 체중보다 훨씬 덜 나가보이는 안쓰러운 마른 등이 그녀의 시선에 들어왔다. 저렇게 말랐으면 밥을 남들보다 배로 더 먹어야 할 텐데 언제나 그녀가 음식을 밀어넣으면 죽지않을 정도로만 손을 대는 저 남자가 여자는 항상 딱했다. 대체 무슨 사정이 있길래 여기서 이렇게 동물마냥 살고 있는지 여자는 알 수 없었지만, 그래도 그를 보고 있으면 고향에 두고 온 제 넷째 동생이 얼핏 겹쳐 보였다.


 스물 후반인 여자에겐 밑으로 동생이 꽤 많았는데 그 중에 넷째 동생이 남들보다 조금 지능이 떨어져 언제나 동네아이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하기 일수이곤 했다. 그래서 어린 시절엔 방 밖으로는 잘 나가려 들지 않아 꽤나 가족들의 속앓이를 시켰다. 지금은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공장에 취직해 그런대로 잘 지내고 있는 것 처럼 보였지만, 그래도 언제나 신경쓰고 바라보지 않으면 불안한 아이였는데 남자의 모습이 사뭇 제 넷째 동생과 같아 보였던 것이다.


 "여기다 두고 갈게요. 뜨거울 수도 있으니까 이따가 식으면 드세요."


 과연 이 남자가 내 말을 알아 듣기나 하는건가? 별 반응없이 여자가 빨리 나가기만을 기다리듯 웅크려 벽 만 바라보고 있는 남자를 보며 여자는 궁금해졌다. 사람 말은 할 줄 아는 거 겠지? 혹시 말을 못하나? 차라리 정신병동에서 치료받게 하는 게 낫지 않나? 라고 생각하던 여자는 괜한 오지랖을 부리다 고용인에게 찍혀 어렵게 도시에서 잡은 일자리를 잃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 하던 생각을 멈추곤, 죽이 담긴 쟁반을 문 옆에 놓인 테이블에 살짝 올려두었다. 그리곤 나가기 전, 제 말을 알아들을 수 있을런지마저 의심스러운 상태인 남자에게 예의상 말을 건넸다.


"혹시 필요한 게 있으면 말씀하시고요"

 "...빠..."

"네?"



 응? 지금 방금 이 사람 말한건가? 하도 목소리가 작아서 말을 한 건지 숨소리를 낸건지 헷갈릴 지경이었지만 그래도 남자의 목소리라도 들은 게 어디냐 싶어서 얼굴에 화색을 띄우곤 남자에게로 다가섰다. 여자가 제법 가까이 서자 남자는 무기력하게 벽만 바라보고 있던 평소와는 다르게, 갑자기 어디서 그런 힘이라도 솟아 난 것인지 뒤를 돌아 여자의 바짓가랑이를 억세게 붙잡아왔다. 순간 놀란 여자가 약한 발길질로 남자를 밀어내려 하였으나 그 깡마른 몸 어디에서 이런 힘이 나오나 싶을 정도로 남자는 더욱 더 단단히 여자의 다리에 매달렸다.


 "...빠. 아빠..... 필요해. 아빠 데려다줘. 나 아빠, 보고싶어."


 남자는 제 볼을 여자의 복사뼈에 필사적으로 부벼댔다. 여자의 면양말이 남자의 눈가에서 주르륵 흘러나오는 물기로 인해 축축히 젖어 들어갔다. 


 "보여줘. 아니, 보여주세요...부탁합니다.... 아빠, 아빠 보고 싶습니다. 부탁합니다.."


 여자는 이 날, 남자의 이름이 사실은 '치아키'라는 것과 그 아버지가 사실을 돌아갔다는 것, 그리고 이 남자를 애완동물취급하며 자신만의 우리에 가둬놓은 제 고용인이 사실은 이 남자의 동생이라는 것을 이 남자로부터 전해 들을 수 있었다. 

 


*



 "당신이 이걸 이 놈에게 줬습니까?"


 여자는 난감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미도리를 바라보았다. 미도리의 손에 들린 것은 얼마 전 여자가 짜투리천으로 만들어다 준 남자인형으로, 치아키는 선물받은 뒤로 그것을 아버지라고 부르며 애지중지 다뤘다. 하지만 결국 그 인형은 미도리에게 발견되어 결국 그의 신경에 거슬린 것인지, 지금은 인형인지 아니면 걸레짝인지 모를 너덜너덜한 상태로 미도리의 손에 축 늘어진 채 들려있었다. 


 치아키는 미도리의 뒤에서 한 껏 겁먹은 표정을 짓고 있었는데, 입술에 피딱지가 지고 눈두덩이가 살짝 부어오른 것을 보아하니 이미 미도리에게 흡씬 두드려 맞은 듯 했다. 금방이라도 여자는 이게 사람이 할 짓이냐며 고용인에게 따지려 들었지만, 언제나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갑과 을이 있고 결국 저는 이 관계에서 을임을 인지한 여자는 분하다는 표정으로 입술을 꽉 깨무는 것 밖에는 치아키를 위해 해줄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얼굴만 멀끔히 잘생기고 돈만 많으면 뭐해. 지 형을 저렇게 감금하고 때리고. 진짜 인간 쓰레기라지. 진짜 나였으면 동생이고 뭐고 한 대 갈겼어. 여자는 속으로 궁시렁거리며 미도리를 욕했지만, 그렇다고 나아지는 것은 아무도 없었다.


 "제가 이 놈한테 신경 끄라고 했을 텐데요. 그냥 씻기고 밥주고, 개 대하듯 대하라 하지 않았습니까?"

 "죄송합니다."

 "됐습니다. 그냥 가세요. 내일부터 안나오셔도 됩니다. 지금까지 일한건 용역업체를 통해 드리겠습니다."


 이제 넌 해고야, 라는 미도리의 말에 순간 여자는 크게 놀랐다. 어머니의 수술비 마련을 위해 도시에 와서 어렵사리 좋은 일거리를 잡았건만, 이렇게 한달도 채우지 못하고 쫓겨나버린다면 어머니의 병실값도 안나오고야 만다. 여자는 해고만은 절대 안된다는 각오로 제 고용인에게 고개를 숙여 빌었다.


 "죄송합니다. 다시는, 다시는 정말 두번 다시는 저 분에게 관여하지 않겠습니다. 저에겐 아프신 어머니를 부양해야하는 책임이 있어요. 제발.. 제발 해고만은 하지 말아주세요. 한 번 더 이런 일이 발생한다면 그땐 진짜 자르셔도 좋습니다. 제발, 제발 해고만은."


 여자는 이런 남자에게 고개숙여야하는 자신이 비참해져 금방이라도 울고 싶어졌지만, 어찌어찌 입술을 꽉 깨물어 눈물을 참았다. 제 어머니의 목숨값과 제 치졸한 자존심값, 그 둘 중에 뭐가 더 소중하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전자니까.


 "정말로 이번엔 믿어도 되는 거겠죠. 한번 더 이런 일이 발생하면 그땐 자르는 것만으로는 끝나지 않을 겁니다. 좋습니다. 그럼 마저 할 일 하세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결국 자신도 어쩔 수 없는 인간이라고 여자는 생각했다. 











*혹시 내용수정 추가 및 전체적인 글 수정해서 포스타입에 유료로 올리거나 회지로 내면 사주실 분들 있으실까요 ㅠㅠㅠ가끔 문의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이렇게 수요조사해봅니다,,!(회지는 통판이겠지만,,ㅠㅠ) 귀찮으시지 않으시다면 수요조사한번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다만 진짜 나온다는 건 아니고 그냥 수요조사만 해보는거기 때문에 ㅠㅠ확실히 나온다고 보장할 수 없는 부분은 죄송합니다 ㅠㅠ(이게 다 제가 경험이 없어서 그래요 ㅠㅠㅠ)    수요조사폼 --> http://naver.me/xO8Qaknr


*사실 이 글의 시간적배경을 언제로 할까...하고 항상 생각해보는데요,

역시 현대는 아니고(그래서 도어락 못씀 ㅎㅎ) 그렇다고 너무 근대도 아닌,, 그 어딘가의 어중간한 분위기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배경은 딱히 정해두고 쓴 건 아니고, 가인-돌이킬 수 없는 을 듣고 삘받아서 쓴거라 대충 그 정도의 배경이 아닐까,,합니다! (노래 좋아요 한번 들어주세요ㅠ)


*매번 감상평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에스크도 있으니 혹시 궁금하시다거나 한 점 있으시면 망설임없이 물어봐주세요~!


* 흑흑,, 이렇게 길게 쓸 생각은 없었는데 최대한 쓰고싶은 부분들만 썼는데도 글이 길어지네요,,,저도 이런 제가 너무 싫어요,,흑흑,,포카포카쓰고싶다,,이제 이런 앵스트물은 그만써도 좋을텐데,,흑흑,,


*제 트위터 인장이 바뀌었답니다! 제 오너캐예요! 많이 이뻐해주세요!

me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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